그들은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서 사진을 쉽게 보낼 수 있고, 사진은 굳이 인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덧없는 표현물에 불과하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코닥 경영진은 이미지를 휴대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의 배경화면에 쓰면서 인화를 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웹사이트에 이미지를 업로드하면서도 4X6인치 광택 용지에 인화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144p)춘카 무이. 폴 캐롤 지음, 이진원 옮김 '위험한 전략 - 똑똑한 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중에서 (흐름출판)
코닥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는 극적입니다.
1870년대 후반 미국 로체스터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청년 조지 이스트먼. 그는 휴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도구들을 챙기다가 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어떻게하면 편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지요.
그는 3년뒤 효과적인 건판공정을 찾아냈고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후 1888년 필름 100장이 내장되어 있는 코닥 카메라를 출시했고, 1898년 브라우니 카메라를 선보이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1900년대 초 독일의 발명가들이 컬러필름을 생산하기 시작하자, 그 잠재력을 인식하고 막대한 투자 끝에 고품질 컬러필름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컬러필름의 시대도 코닥의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코닥은 '디지털 시대'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미 20여년 전에 디지털 사진이 주는 위협을 인식했지만,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사업을 고수했습니다. 디지털은 단지 새로운 또 하나의 인화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기존 사업의 프레임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기에, 코닥은 디지털이 필름과 인화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겁니다.
학창시절 소풍을 갈 때마다 노란색 상자에 담긴 코닥필름을 한 두개씩 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동네마다 필름을 맡기고 사진을 찾아가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지요.
코닥과 같은 실패 사례들은 많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시대적인 트렌드,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믿으면서 대응하지 않다가 몰락한 기업들입니다. 기존의 주력사업, 성공 경험의 틀로 세상을 보는 것의 위험입니다.
음악산업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1달러 미만에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 살 수 있다거나 스티브 잡스가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사람들이 앞으로도 가수의 전 곡이 수록된 CD를 구매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겁니다.
호출기(삐삐) 회사의 몰락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모바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는 불과 몇년간의 유행 뒤에는 휴대폰이 호출기를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어야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몰락 직전까지도 경쟁사들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호출기의 '차세대 기술'이라고 생각한 '앙방향 호출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시장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이를 간과했던 것입니다.
세상은 항상 변화합니다. 이런 세상을 '기존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코닥과 음반업계, 호출기 회사의 실패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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