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모래가 까마득히 끝이 보이지 않는 막하연적에서 현장은 100여 리를 가다가 방향을 잃었다. 야마천을 찾기는커녕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현장이 물을 마시기 위해 가죽 주머니를 꺼내다가 가죽 주머니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쏟아진 물이 모래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었다.사실 물을 잃었다는 것은 사막을 지나는 자에게 치명적이었다. 크게 낙담한 현장은 물을 구하기 위해 네 번째 봉화대로 돌아가려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때 현장의 머릿속에 과거의 결심이 떠올랐다."내 처음 서역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인도에 도착하지 못하면 동쪽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결심하지 않았는가. 지금 동쪽으로 돌아가 살 길을 구하느니 차라리 서쪽으로 가 죽는 게 낫겠다." (92p)우한 엮음, 김숙향 옮김 '대여행가 - 불굴의 개척자 6人의 열정과 도전정신' 중에서 (살림)
"내가 서역행을 맹세한 후 동쪽으로는 한 걸음도 물러선 적이 없었소. 비록 서쪽으로 가는 길에 죽을지언정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현장(玄裝)이 불경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출발한 뒤, 위험하다며 중단을 권한 사람에게 한 말입니다.
돈황시에서 서북쪽으로 98킬로미터 떨어진, 서역의 관문 옥문관 부근. 그곳에서 만난 한 노인은 현장에게 이렇게 말하며 서역행을 만류했습니다.
"서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사막에서는 죽은 자의 유골만이 표식으로 남고 세상에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이 뭉쳐 간다 해도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어찌 홀로 길을 떠나려 하십니까? 생명이 위협받는 곳을 일부러 찾아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장은 자신이 세운 '뜻'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가 바로 중국 고대소설인 '서유기'에 나온 삼장법사의 실제 인물입니다. 602년에 태어나 664년에 입적한 현장은 627년 불경을 찾고 불학을 공부하기 위해 홀로 인도로 향합니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는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도움 속에서 9,981차례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서천에 도달해 진경(眞經)을 구해오지요. '현실세계의 삼장법사'인 현장은 홀로 사막을 지나고 높은 산을 오르며 마침내 인도에 도착했습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들의 방해와 고난은 바로 현장이 불굴의 열정으로 이겨낸 자연이 부여했던 시험이었습니다.
인도에서 불교 연구에 힘쓰면서 '최고의 학자'로 명성을 얻은 현장. 그는 인도의 왕과 승려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641년 다시 고국으로 향합니다. 많은 경전과 불상을 가지고 파미르 고원 등 험난한 길을 거쳐 645년 장안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관리가 되어달라는 당태종의 권유를 거절하고 그의 후원하에 불경번역을 시작합니다. 이후 현장은 장장 19년 동안 1,335권, 1,300여 만 자 분량의 불교 경전을 번역하고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열악했던 당시의 교통 조건에서 현장은 17년 동안 5만 리를 걷고 110개 국을 지났습니다. 그에게 "왜 그런 위험한 여정을 계속했느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결심했던 대로 전진하고 계십니까?
세웠던 '뜻'에 모든 것을 걸고 있습니까?
"내가 서역행을 맹세한 후 동쪽으로는 한 걸음도 물러선 적이 없었소"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도 "내가 뜻을 세운 후에는 목표가 아닌 쪽으로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소"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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